차규선 작가는 분청사기 기법을 응용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작품에 표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소나무 작품을 시작하여 자연을 소재로 한 풍경으로 출발하면서 곧 자연물 자체가 아니라 심상에 의거하여 독자적 풍경에 도달한다. 분청토, 백자토와 같이 도자기 제작에 쓰이는 흙을 주재료로 하여 이를 고착안료와 섞은 뒤 캔버스 표면에 바르고, 그 위에 아크릴 등의 흰색 물감을 뿌리거나 덧칠한 다음 나무주걱, 나뭇가지, 부러진 붓 등으로 표면을 긁어내어 형상을 드러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바탕에 흙이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 직관에 의지하여 눈으로 보고 마음에 새긴 대상을 순식간에 캔버스 위로 이끌어 낸다. 이처럼 예술적 감흥을 즉각적으로 발화하는 작업의 특성으로 인해 대상의 특징이 함축적으로 잘 드러나고, 생동감과 역동성이 뚜렷해진다.